11화 다음 세대에 물려준 일터

벼 수확 사진 정보
가족 제공 · 게재 허락 · 크기·형식 변환 · 독정리 수확 자료사진 · 촬영일 미상미곡종합처리장으로 발돋움한 뒤에도 배병희는 현장을 굳건히 지키며 일터를 이끌었다. 원료벼를 거두어들여 찧고 내다 팔기까지 할 일이 세분화되고 규모가 커졌지만, 그는 여전히 날마다 정미소 마당과 들판을 부지런히 오갔다.
특히 RPC로 전환한 이듬해인 2004년 무렵부터는 국내 쌀 시장의 사정이 갈수록 녹록지 않았다. 해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국 미곡종합처리장 사이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고, 정부에서도 시설 확충 자금과 벼 수매 자금을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했다. 번듯한 건물과 기계를 갖춘 뒤에도 끊임없이 좋은 원료벼를 확보하고 판로를 넓혀 운영자금을 마련해야만 일터를 지킬 수 있었다.
이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배병희는 날마다 조금씩 나아간다는 ‘일진월보(日進月步)’의 마음가짐으로 현장을 살폈다. 젊은 날 안면도 갯벌에서 시작해 독정리 간척지와 정미소에 이르기까지 평생 다져 온 부지런함과 농민들과의 두터운 신의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.

독정RPC 도정 설비 사진 정보
사용자 제공 · 게재 허락 · 크기·형식·톤 조정 · 독정RPC 실내 · 촬영연도 미상2015년, 수십 년 동안 논과 정미소를 오가며 한시도 쉼 없이 일해 온 배병희는 다음 세대에게 일터를 넘겼다. 열다섯 소년 시절 지게를 지고 들판에 나선 이래 예순 해 넘게 가족과 일터를 지탱해 온 긴 여정이었다. 직접 간척지 논을 일구고 낡은 시골 정미소를 맡아 미곡종합처리장으로 키워 낸 삶의 터전은, 그렇게 자녀 세대로 이어졌다.